돌아가기 • ① • ② • ③ • ④ • ⑤

① — ‘배부름’이 아니라 ‘가성비’를 먹는 시대


‘배’가 아니라 ‘돈’이 고프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되지않게 심각한 곳이 있다. 바로 미국이다. 우스갯 소리로 미국인들은 건강보험이 있는 것처럼 먹는다는 말처럼 미국의 식품 산업에서 1인분은 점점 기형적으로 부풀려졌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팽창한 1인분은 200 mL였던 코카콜라 한 병을 590 mL로 늘렸고 스타벅스는 그란데를 미국의 표준 사이즈로 삼았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이유는 값은 덜 올리고 양을 늘리면 가성비 좋은 브랜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가성비’는 마케팅의 핵심이 되었다. 지금의 한 끼가 내 배를 얼마나 가성비 있게 채워주는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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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 적당함의 감각을 잃어버린 사회

SNS에는 ‘푸짐한’ 음식 사진이 넘쳐난다. 점보 라멘 같은 대용량 메뉴를 챌린지처럼 먹기도 하고 먹방 유행의 열기는 식지 않는다. ‘소식가’는 별종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포만감’은 위장이 아니라 뇌가 판단하는 것이다. 느리게 먹을수록, 적게 먹어도 만족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음식을 보는 속도와 먹는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는 것이다. 뭐든 빠르게 소비하고 지나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균형을 잡아야한다.

이 ‘푸짐한’ 음식 사진들은 사람을 유혹한다. 양많은 음식은 가성비 있어보이고 테이블에 가득찬 음식들의 형형색색의 빛깔은 식욕을 자극한다. 챌린지처럼 음식을 먹고 먹방 유행도 지치지 않는다. 이러한 것에 유혹되면 더이상 포만감의 기준은 몸에게 있지 않다.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다. 저 빨갛고 윤기나는 음식을 한 입 베어물고 입안 가득 찰 때까지 먹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왜 욕심을 멈출 수 없을까?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부유하고 풍요롭게 살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못 하다. 오히려 발달한 SNS로 인해 서로 서로 남들과 비교하며 만족하는 행위를 경쟁에서 낙오하는 행위로 바라보기도 한다. 어쩌다 사람들은 이렇게 만족을 모르게 된걸까?

③ — 풍요 속 결핍, ‘만족’이 줄어드는 이유

선택지는 많아졌고, 음식은 넘쳐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은 더 자주 하게 된다. 배부름보다 더 어려운 것은 만족감이다. 평범하게 ‘한 끼’를 먹고 소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충분하다’는 감정을 잊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④ — ‘살찐 사회’가 되도록 만드는 구조

미국 비만율은 40년 전 15%에서 2024년 42%로 증가했다. 미국은 다이어트 산업 천국이 되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체중 감량 프로그램, 저탄수화물 식단, 위고비, 간헐적 단식... 그러나 다이어트 산업이 성장해도 비만율은 높아져만갔다. 문제는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사회의 구조에 있다. 우리는 늘 조금 더 큰 사이즈를 권유받고 “업그레이드하시겠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풍요로운 사회는 언제나 ‘더 많이’를 말한다. 그 결과는 과식과 결핍이 공존하는 이상한 풍경이다.

미국의 비만률

미국 성인의 1억명 이상이 비만 상태다.

다이어트 열풍

채식 다이어트, 무탄수 다이어트 같은
온갖 다이어트가 유행한다.

위고비 열풍

혜성처럼 나타난 위고비에 다들 열광헸다.

(사진 위에 커서를 올려보세요)

⑤ — 가난하면 살찌고 부자면 건강하다

미국에서 비만은 이제 가난의 지표가 되었다.신선 채소나 유기농 식품은 비싸고 값싼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는 어디서나 쉽게 산다. 결국 사람들은 시간과 돈, 이동의 제약 속에 “싸고 배부른 음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합리성인 셈이다. 빈곤층은 ‘가성비’를 찾다가 값싼 대용량 식품을 선택한다. 그결과 영양소는 부족하고 칼로리는 넘친다. 과거엔 살집 있는 몸이 부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빈곤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식품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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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사막(Food Desert)이란 식재료 등 식료품을 구하기 힘든 지역 또는 사회문제를 일컫는 말로 1990년대 영국에서 처음 쓰인 용어다.식품사막은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행정리 3만7563개 중 2만7609개는 식료품 소매점이 없다.

심각한 상황에 한 전문가는 “현재 농촌은 인구 소멸로 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자급자족’ 사회로 되돌아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하나로마트·면사무소 정도만 ‘마지노선’ 거점으로 남아 있는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당신에게 1인분은 무엇인가요?”

‘1인분’은 단순한 양의 크기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위로의 크기, 누군가에겐 욕망의 단위일 수 있다.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건, “얼마나 먹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먹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진짜 제대로 된 1인분은, 배가 아니라 마음이 만족하는 순간 아닐까?

당신의 1인분은?